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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보고 폭풍 감동을 받았던 한국 애니메이션 하나 추천합니다!

제작 기간은 무려 11년!

상영관이 자꾸 줄어들고 있어서 안타까워요.

영화 내리기 전에 꼭 보러 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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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에서만은 한 번도 져 본적 없던 이랑은 계주에서 처음으로 상대에게 추월당하자 지지 않기 위해 일부러 넘어진다. 그 후, 이랑은 육상부 선생님의 끈질긴 설득에도 불구하고 지는 것이 두려워 달리기를 하지 않게 된다. 어느 날 이랑은 레코드 가게에서 서울에서 온 전학생 수민을 만나 친구가 된다. 수민은 얼굴도 예쁘고 어른스러워서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랑은 항상 자신감 넘치는 수민을 보며 잘하는 것 하나 없는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어느 날 학교에서 철수라는 남학생이 비행실험을 하다 추락해 다치는 소동이 일어나고 이랑은 철수에게 호기심을 갖게 된다. 그러던 중 읍내에 고장 난 라디오 수리를 맡기러 간 이랑은 그 전파사에서 삼촌 대신 수리를 하고 있는 철수를 만난다. 두 사람은 비행실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진다. 철수는 비행과 우주탐사에 대한 꿈을 이야기하고 이랑은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철수를 보며 설렌다.

한편, 꿈과 재능이 넘치는 수민과 철수를 만나며 이랑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더욱 고민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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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현듯 자신이 특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있다. 한 몸처럼 불안이 뒤따라온다. 탁월한 재능이 없는데도 그 일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계속 밀고 나가도 괜찮은 건지,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할 수 있는지. ‘소중한 날의 꿈’에서 고등학생인 이랑도 이제 막 이 시기에 들어선 참이다. 허나 이게 과연 이랑만의 고민일까. 특별한 존재가 아닌 이상 누구나 겪었을 성장통을 그린 이 영화는 그래서 모두에게 추측 가능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소년 소녀의 눈동자에, 우주의 별들에. 화면 곳곳마다 오롯이 담은 진정성은 이 영화를 특별한 ‘꿈’의 이야기로 만들어 나간다.

 

   기존 화법과의 차이에서 이 영화의 진정성은 피어난다. 애니메이션은 물론, 영화까지도 3D로 찍는 흐름인데 ‘소중한 날의 꿈’은 오로지 일련의 면으로만 90분가량을 꽉꽉 채웠다. 이 아날로그적인 그림체는 시대적 배경과 첫사랑 그리고 꿈이라는 소재가 갖는 아련한 향수의 정서와 더없이 잘 어울린다. 그리고 세상을 거스르는 또 한 가지. 1등은 좋은 거지만 자신이 꿈꾸는 일에는 등수가 매겨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한다. 다만 좋아하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과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고요함 속에서 자신을 지켜나가는 철수 삼촌의 입을 빌려 들려줄 뿐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만 15개가 넘는 바야흐로 경쟁의 홍수 속에서 말이다.

 

   그런데 이랑과 철수는 70년대의 고등학생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미 과거의 인물이다. 따라서 그들은 현재를 살고 있는 모두의 과거이자 꿈의 원형으로 상징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그들의 꿈이 시공간을 초월한 우주와 공룡이라는 매개물을 통해 펼쳐질 때, 저 아름다운 세계가 나의 꿈과 이어지고 있었구나, 그로부터 내가 도망쳐왔구나 싶어 마음이 아리다. 이 장면은 수많은 애니메이션들 중에서도 가히 백미라 할 수 있다. 감성을 자극하는 동화적 연출과 그림체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이렇게 ‘소중한 날의 꿈’은 지난 기억을 조심스레 들추어낸다. 사실 모두가 1등이 되려고 하는 건 잊히고 싶지 않아서다. 그러나 ‘소중한 날의 꿈’이라면, 쓸모 있는 1등보다 쓸모없는 2등을, 아니 등수조차 없이 나만의 일에 매달리는 이를 기억해줄 것만 같다. 철수 삼촌은 ‘수 만 년에 한 층 씩 보물과 버릴 것들이 뒤섞여 마침내 지층을 이루었다’고 이야기한다. 달에 착륙한 최초의 인물 암스트롱은 될 수 없겠지만, 끝내 가기만 한다면 나 역시 달에 발을 내딛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더디지만 그렇게 시간들이 쌓인 후에야 근사한 어른이 될 수 있는 게 아닐까.

 

   아프고 불편하더라도 이랑의 고민은 꿈을 기억하는 한 여전히 유효하다. 불안으로 점철된 고민의 반복은 사그라지지 않는 회오리처럼 마음을 휘저어 놓는다. 그래서 차라리 꿈을 잊고 안정을 택하고 싶어지더라도 부디 견디길. 자신마저 꿈을 잊는다면 나를 기억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그럴 땐 ‘소중한 날의 꿈’을 만나라. 소중한 것을 잊고 있었다면 다시 기억해낼 테고, 흔들리고 있다면 힘을 얻을 수 있다. “힘내세요, 우리도 힘낼게요.” 라고 속삭이는 ‘소중한 날의 꿈’은 지친 우리들을 다독여 주는 훌륭한 위로와 응원의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