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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2
 
며칠 전 빅이슈 판매원들과 함께 영화 '달팽이의 별'을 봤습니다.
척추장애를 가진 순호씨와 심한 난청, 전맹이라는 시청각 장애를 가진 영찬씨
두 부부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였습니다.
영화 중반부에 영찬씨가 이야기한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현실에서 보지 못하는 것은 꿈에서도 볼 수 없다."
그러나 영찬씨는 현실에서 보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살아가는 사람인 듯 싶었습니다.
그만의 우주에서 보는 것들을 영화 러닝타임 내내 언어로 잔잔하게 풀어내는데
현실세계를 바라보는 저 같은 사람은 도저히 스스로 생각해낼 수 없는 언어들이었어요.
스스로 생각해내지는 못하지만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언어를 영찬씨는 구사했습니다. 

'달팽이의 별'을 보며 독특한 카메라의 앵글도 좋았지만,
소리에 굉장히 많이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두 부부가 소통하기 위해 손등을 손으로 '톡,톡' 두드리는 소리,
장면이 전환 될 때마다 오에스티처럼 나오는 우주를 표현하는 듯한 소리, 
사색에 담긴 영찬씨의 모습에서 현실을 다시 마주하는 장면으로 전환 될 때의 소리.
시종일관 잔잔한 분위기 가운데 소리로 여백들을 주도해나간 느낌이었어요.

빅판분들은 영화를 보고 그의 세계가 부러웠다고 말씀하시기도 하고,
이제서야 영화제목의 뜻을 알겠다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어떤 빅판분께선 나무를 끌어안고 깊은 사색에 잠기는 영찬씨의 모습을 보고는
자기도 꼭 그렇게 한번 해보고 싶으시다며,
그 지경에 이르려면 산에 올라가 도를 닦아야 될 것 같다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달팽이의 별'이 국내에선 아직 관객수가 저조하다고 해요.
어려운 제작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진실된 이야기, 날도 따땃해지는데 우리 좋은 영화로 마음도 녹여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