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문장들 (작가의 젊은 날을 사로잡은 한 문장을 찾아서)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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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춘'이란 말이 흔하게 느껴질 정도로 여기저기서 범람하더라구요.

청춘은 고민이나 아픔이 있어도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열정의 시기이다.

라는 호들갑 섞인 말은 하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습니다.

묵묵하게 청춘의 시기를 지난 사람들이 깊이 있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오히려 더 힘이 되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김연수 작가의 책 중에서

제가 제일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한 책이기도 합니다.

 

작가가 영향을 받거나 깊이 새긴 몇 줄의 시, 문인들을 통해

독자 또한 알 수 없는 감동을 느낍니다.

 

누구나 청춘의 통로를 지나오지만 누구도 쉽게 청춘에 대해 단정지어 말할 수 없기 때문이겠지요.

 

 

 

 

 

 

p.33

내가 삶이라는 건 직선의 단순한 길이 아니라 곡선의 복잡한 길을 걷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그때다.

그게 사라이든 복권 당첨이든, 심지어는 12시 가까울 무렵 버스를 기다리는 일이든

기다리는 그 즉시 내 손에 들어오는 것은 하나도 없다.

 

p.41

그런 김광석이, 술에 취해서, 그것도 집에서 목을 맸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울어버렸다.

외로운 그 어느 집 한쪽 구석에서 내 청춘도 그렇게 목을 맨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청춘은 생각보다 오래갔다.

 

p.53

사이에 있는 것들, 쉽게 바뀌는 것들, 덧없이 사라지는 것들이 여전히 내 마음을 잡아 끈다.

내게도 꿈이라는 게 몇 개 있다.

그 중 하나는 마음을 잡아 끄는 그 절실함을 문장으로 옮기는 일.

쓸데 없다고 핀잔준다 해도 내 쓸모란 바로 거기에 있는 걸 어떡하나.

 

p.86

시간이란 무엇일까?

그건 한순간의 일이 오랫동안 기억되는 과정이다.

 

p.97

우리 삶이란 눈 구경하기 힘든 남쪽 지방에 내리는 폭설 같은 것.

누구도 삶의 날씨를 예보하지는 못합니다.

그건 당신과 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잠시 가까이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나면 우리는 아마 다른 유형의 인간으로 바뀔 것입니다.

서로 멀리, 우리는 살아갈 것입니다.

 

p.117

잊혀진다는 것은 물론 꽤나 슬픈 일이지만, 잊혀졌기 때문에 오랫동안 그 마을은 괴기할 정도로 아름다울 수 있었을 것이다.

<Long Distance Flight>를 들으며 나는 잊혀지는 것도 그렇게 아쉬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잊혀진 것들은 변하지 않고 고스란히 내 안에 남아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p.142

청춘은 그런 것이었다.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가는 그 빛도 아직 사라지지 않았는데, 느닷없이 떠나버렸다.

 

p.151

여전히 삶이란 내게 정답표가 뜯겨나간 문제집과 비슷하다.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는 있지만, 그게 정말 맞는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p.230

지금이 겨울이라면, 당신의 마음마저도 겨울이라면

그 겨울을 온전히 누리기를.

이제는 높이 올라갈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