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올리는 리뷰이네요 !

 하는 것도 없이 바쁜 요즘 <하하하>를 보고 블로그에 쓴 글인데

 이 곳에도 조심스레 옮겨보아요 스포는 그닥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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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상수의 <하하하> - (덜한) 속물들이 빚어낸 고루하고 상투적인 '말'들의 세계

 

  번에는 통영이다. 과거 홍상수의 영화에서 춘천, 경주 일대를 떠돌던 욕망하던 남자들, 소위 비겁하고 비루하던 남자들은 통영의 이순신 장군 앞에서 어린아이마냥 선뜻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혹은 통속적인 사랑의 노랫말을 짓는 시인이 되어  다소 부드럽고 소탈하게 웃는다. 이젠 감독의 키워드가 된 일상을 벗어난 곳에서의 술과 연애담, 속내가 뻔히 보이는 의뭉스럽던 눈빛이 담긴 시선은 온데간데없는건 아니지만! 그들의 웃음소리처럼 거친 욕망은 (소주 대신 막걸리를 기울이는 것처럼) 그 도수가 누그러졌다. 그리고 한 낮 청계천 자락에서 끊임없이 막걸리 잔을 부딪치며 여름처럼 환히 웃는다. 영화 제목 그대로 夏夏夏 소리내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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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김상경)과 중식(유준상)은 얼마 전 여름 각자 떠난 통영에서의 에피소드를 안주처럼 풀어놓는데 그들의 인간관계는 교묘히 섞여있지만 감독의 의도처럼 서로의 가시거리를 눈치채지 못한다. 술자리의 화두가 단편적이고도 사소하듯 그들이 한 토막씩 걸러내는 이야기들은 여느 술자리와 다르지 않다. '특히 종아리가 예쁘더라고', '얼굴은 평범한데 몸매가 정말 예뻤어.' 하고 감탄하는 문경의 대사는 전혀 새삼스럽지 않을 정도로 남자들의 속내를 잘 보여준다. 이 전 홍상수의 영화에서 나타난 성적으로 우위를 차지하던 남자들, 혹은 여성을 한없이 비하하던 캐릭터는 이렇듯 너털거리는 웃음과 막걸리 한 잔으로 매우 너그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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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알지도 못하면서'(이전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연장선 처럼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형이 도대체 시를 알아? 니가 도대체 이 꽃을 알아? 저기 있는 저 거지를 알아? 영화 내내 가장 홍상수 영화의 비루한 캐릭터를 몸소 형상화한 이는 바로 시인 강정호(김강우)였다. 가장 말끔한 얼굴의 김강우가 연기하는 그 고루한 캐릭터를 보는 내내 피식 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는데 이에 맞수해보겠다며 '사춘기적 감상' '사유' '실존주의' 따위를 언급하는 중식(유준상)의 어른(스러워하려는) 태도 역시 허세에 지나치지 않았다. 2시간의 긴 러닝동안 때론 소모적인 말들, 대사에 포함될까 짐짓 의문스러운 말 모두 역시 철자 하나 틀리지 않고 대본 속에 빼곡이 담긴 말이라니, 홍상수의 영화를 가장 홍상수스럽게 소화해내는 김상경을 포함한 배우들이 새롭고 또 낯설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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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루한 '감정'과 고루한 '말'들은 멈추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욱 신나게 발설하는데 바로 중식과 그의 내연녀 연주(예지원)의 은밀한 사이가 그러하다. 실상은 가장 밝은 캐릭터이지만 늘 우울증에 시달린다며 부지런히 약을 챙겨먹는 중식은 연주를 향해 끊임없이 '예쁘다'고 말한다. '네가 세상에서 가장 예뻐' '너 없이 살 순 없어' '카운터에서 수박을 자르기 위해 칼을 들고 올 때 어찌나 예뻐보이는지' 등 중식이 뱉어내는 모든 말들은 놀라운 상투적 세계를 구축한다. 그렇기에 홍상수 영화의 힘은 여전히 발휘된다. 관객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감독(관객보다 우위에 있다는 말 대신)의 상투적인 말장난들은 그의 의도된 연출과 화법에서 비롯된 것으로 관객은 그의 영화에 대해 말할 때 '홍상수 영화는 왜 다 늘 저런식이야' 하는 비난과 동시에 그의 열 편의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공통적인 소스를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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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캐릭터 덕택에 영화는 제법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흘러간다. 여름 '夏'의 말장난 역시 색다른 위트가 느껴진다. 실로 본능적 '욕망'으로만 점철된 이전 그의 작품을 몸소 기피했던 관객이라면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뀔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다. '이 여자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하고 죽을듯이 울부짖으며 애원하다가도 곧 술에 취해 곯아떨어지고 마는 모습은 가장 픽션적이면서도 도처에서 익숙하게 외쳐대는 우리의 남루한 사랑의 '항거'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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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좋아, 난 왜 맨날 쌘 사람들만 만날까' 관광해설가로 일하는 성옥(문소리) 역시 쫓아오는 문경을 경계하지만 '서울에서 활동하는 영화감독'이란 문경의 그럴듯한 타이틀에 매료되고 술에 취해 먼저 서슴없이 키스를 한다. 이는 자연스레 문경을 '쌘 남자'의 대열로 이입시키는 그녀의 욕망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또한 '살찐 뱀처럼 스르르 자꾸 나타나'냐며 금세 미소를 흘리고 잠자리에서 그를 향해 사랑한다고 말한다. 통영 사투리를 '귀엽게' 구사하는 성옥은 그저 '잘생겨서' 좋은 애인 정호의 바람을 목격한 뒤 욕설을 퍼붓거나 뺨을 때리지 않고 '마지막으로 업혀, 그럼 나 갈게' 하며 엉뚱한 이별 자세를 취한다. (그렇다고 진짜 업히는 정호야말로 !) 또한 직업적인 사명감이 뛰어난 그녀는 이순신 장군을 성웅으로 간주하며 관광해설에서 더 나아가 이순신 장군에 대한 감정적 열변을 토해내는데 이 역시 문경의 호기심을 극대화한다. 문소리는 홍상수 감독의 이전 영화에 나왔을 법할 정도로 익숙한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제천' 속에서 서울여자의 목소리로 등장하였을 뿐이다. 이창동, 임상수 영화에서 부지런히 쌓인 문소리만의 내공이 <하하하>에서 역시 부족함없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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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하> 특유의 유쾌함은 선명한 포스터의 색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김상경과 유준상이 하얀 이를 드러내고 잔을 부딪치는 흑백처리의 큰 축과 낮술을 기울이다 이내 나란히 엎드려 시를 읊는 두 남녀의 응큼한 시선이 영화를 잘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호탕하고 거친 글씨체 역시 포스터의 이목을 끄는 요소이기도 하다. 또 하나, 두 시간동안 영화를 보며 꾸준히 눈에 들어왔던 촬영 기법 중의 하나는 카메라 시선이 일정적으로 줌 인(Zoom-in)되는 다소 투박한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그 시선이 거슬렸지만 볼수록 불편함이 사라졌다. 무려 2004년에 친구들을 꼬득여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를 본 기억이 난다. 그리고 느닷없이 영화가 끝나버린 후 나는  엄청난 비난을 감수하여야 했지만! (이 영화는 그의 영화 사상 가장 어둡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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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5전 6기의 위너 홍상수 감독! 올해 2010 제 63회 '칸 영화제'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대상인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수상하였다.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데뷔한 이래 15년 만의 성과다.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을 통하여 대중에게 스스럼 없이 통용되길 바란다. 홍상수는 분명 더욱 발전적으로 변하고 있기에!

 

 

 

 

 

 

 

 

 

 

 

 

 

 

 

 

 

 

 

 

 

 

드라마, 코미디 | 한국 | 115 분 | 감독 홍상수 | 김상경 (조문경 역), 유준상 (방중식 역), 문소리 (왕성옥 역), 예지원 (안연주 역), 김강우 (강정호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