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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있게 봤다. 처음에는 화보 촬영하는 스튜디오의 분위기가 내가 몇 번이나마 경험했던 장면들과 너무 흡사해서 더 리얼리티처럼 느껴졌다. 특히 실제 보그의 기자들과 디렉터들이 나와서 그랬던 것 같다.

한 남자가 루시드 폴의 노래를 부르고 눈이 내리는 장면 다음부터는 리얼리티가 갑자기 확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호화스런 샴페인과 음식들이 테이블에 차려지면서 이제 각본대로 잘 짜여진 ‘영화’로 넘어가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 여배우들의 토크쇼가 진행되는데, 이건 갑자기 정말 ‘리얼’인지 ‘쇼’인지, 아니면 ‘리얼리티 쇼’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다. ‘영화’로 넘어간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순간과 다르게, 눈치 채지 못하는 순간 어느새 6명의 여배우들이 나누는 수다에 빠져 있었다. 

마지막 크레딧에는 6명의 여배우들이 각본을 함께 썼다고 되어 있다. 과연 이것을 ‘각본’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시뮬라크르인지, 스펙타클인지 하여간 이것은 실제 배우들의 ‘대화’인지, 배우들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들의 ‘대사’인지 알 수도 없고, 그 구분이 의미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고현정이 배우 고현정을 연기하는 것은 연기인가 리얼리티인가. 어차피 우리는 여배우들의 진실을 알 수 없다. 그것은 스펙타클의 시대를 사는 우리의 운명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이는 여배우들의 운명이기도 하다.

고현정이 최지우에게 빈정 떨 때 했던 말, “인터뷰 잘 나와요? 진실이 있어야 잘 나오지.”

그런데 영화는 꼭 진실이 있어서 잘 나온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영화가 좋은 것은 진실이 없다거나, 무엇인지 모른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기분 좋은 혼란 같은 것을 느꼈다. 그것이 우리가 여배우들에게서 느끼는 매력이고 그래서 이 영화 자체가 그 제목처럼 여배우 같은 까닭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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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감상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