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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감각으로는 범위를 넘어서는 극단적인 온도를 구분하지 못한다. 

그것이 차가운지 뜨거운지는 감각 이후의 동상과 화상으로 구분해야한다.

드라이아이스를 만져 보면 차가움의 정도를 넘어서는 극단의 감각이 느껴진다. 

고통이라 하기에는 짜릿하지만 그 짜릿함의 정체를 체 알기도 전에 감각은 마비되어버린다. 

달궈진 냄비를 만질 때에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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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감각을 닮았다. 

그래서 마음을 표현할 때에는 감각의 단어를 쓴다. 

마음이 차갑다, 마음이 뜨겁다, 마음이 식었다, 마음이 끓는다. 

극단의 온도에서 제 감각을 잃어버리는 감각처럼, 극단의 감정에서는 이것이 분노인지 희열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아내는 피부를 잃었다.

온몸이 화염에 휩싸여 타버린 살덩이들과, 체 타지 못한 장기들을 겨우 헐떡이며 살아있다. 

마음은 이미 남편의 동생과의 사랑을 택할 때부터 모두 타버렸다. 

그녀에게는 차가운 것과 뜨거운 것을 구분할 피부 그리고 마음이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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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자아를 잃었다. 

타버린 살덩이가 비명을 지르며 2층에서 떨어질 때. 

그리고 그것이 어머니임을 알았을 때에 그녀의 마음은 제어할 수 없는 온도로 불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극진한 노력으로 잃었던 마음은 조금씩 감각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겨우 어머니에 대한 충격에서 벗어날 때쯤, 너무나 갑작스러운, 

그리고 뜨거운 욕정의 폭력에 힘겹게 버텨왔던 자아가 모두 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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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는 극단으로 차가워져야 했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극단의 차가움으로 눌러야 숨을 쉬고 살아갈 수 있었다. 

사실 차가움과 뜨거움은 딸의 죽음 때부터 의미를 잃었다. 

딸을 강간한 남자를 찾아내고, 거세를 하고, 성전환을 시켰지만 

망가진 그의 마음은 더 이상 복수의 차가움과 사랑의 뜨거움을 구분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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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로버트)는 피부에 과도하게 집착한다. 

어떤 온도변화에도 상하지 않는 피부를 개발하기 까지 한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아내가 화염에 휩싸였을 때부터라 생각했기 때문일까.

하지만 틀렸다. 

문제의 진짜 시작은 아내의 몸이 아니라 마음이 타버렸을 때부터이다.

결국 로버트는 모든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려 놓으리라 생각했던, 타지 않는 피부를 가진 아내에 의해 죽게 된다.

마음은 감각과 같다. 

비센테는 성전환과 동시에 타지 않는 피부를 가지게 된다. 

마음이 극단의 온도에 노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타지 않는 피부처럼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결국 탈출에 성공하게 되고 여성의 몸을 유지한 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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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충격적인 영화였습니다. 


전개가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극중에서 수면위로 떠오르는 순간의 그 충격이란..


좋은 영화인지 좋지 않은 영화인지는 판단을 못하겠지만 기억에 남을만한 영화임에는 확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