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어리석은, 그래서 더 안타까운 그녀.

 

 

 the-reader-poster.jpg

 

 

The Reader :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2008)

directed by Stephen Daldry

 

 

첫사랑, 열병, 사랑, 그리고 책 읽어주는 날들

 

10대의 마이클(랠프 파인즈)이 30대의 한나(케이트 윈슬렛)를 우연히 만나 미묘한 감정의 끌림을 느낀다.

사랑의 열병처럼 다가온 한나(케이트 윈슬렛)는 그렇게

10대의 마이클(랠프 파인즈)이 처음 몸을 섞는 여인이자, 그의 첫사랑이 된다.

영화의 제목이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이다.

한나(케이트 윈슬렛)는 마이클(랠프 파인즈)과 만날 때마다 그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그들이 만나는 기회가 잦아지고 사랑도 깊어질수록

한나(케이트 윈슬렛)는 마이클(랠프 파인즈)에게 더 많은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Reading first, Sex afterwards.”라고 말할 만큼, 문맹인 한나(케이트 윈슬렛)에게 그의 책읽기는 의미 있는 일로 다가온다.

한나(케이트 윈슬렛)는 마이클(랠프 파인즈)을 통해 책 속 다양한 세상을 만나고 그에 울고 웃는다.

또한 그에 대한 사랑 또한 깊어짐을 느낀다.

 

책을 읽어준다는 행위는 단순히 글자를 읽거나 줄거리는 읽는게 아니라 그들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0001.jpg  

 

 

흘러간 시간 속 다른 위치의 그들

 

그러던 어느 날 한마디 말도 없이 한나(케이트 윈슬렛)는 마이클(랠프 파인즈)의 곁을 떠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법대생이 되어 전범재판을 참관하러 온 마이클(랠프 파인즈)은

우연히 아우슈비츠 수용소 학살 사건의 피의자로 앉아있는 한나(케이트 윈슬렛)을 보게 된다.

결국 억울하게 모든 죄를 홀로 안게 된 한나(케이트 윈슬렛)와 그녀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마이클(랠프 파인즈).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위선과 위악, 그 잘못된 협연

 

1990년대 독일 사회는 “나치는 악惡이다. 그러나 나는 그와 아무 관련 없다.”라는 생각이 은근히 퍼져있었다.

그러나 그 때 당시 나치 범죄에 가담하지 않은 독일인은 과연 누구일까.

굳이 총과 칼을 들고 그들을 죽이지 않았더라도 잘못 흘러가는 역사를 방조하고

이제와 죄를 회피하는 건 결백하다고 말 할 수 있을까.

영화는 한나(케이트 윈슬렛)를 통해 역사를 대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가장 약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범죄의 대표자로 삼자는 위선과

자신이 문맹임을 들키고 싶지 않은 인간의 욕망이 잘못된 협연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한없는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 더 위악적이고 냉소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그래야만 자신의 열등감을 세상에 들키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법정에서의 한나(케이트 윈슬렛)의 모습은 그런 심리를 잘 드러내어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0002.jpg

 

 

여배우의 진화

 

케이트 윈슬렛을 처음 알게 된 건 <타이타닉>에서였다.

그 땐 그저 예쁘지만 통통한 여배우구나 라는 생각이었는데 오늘날 케이트 윈슬렛은 헐리웃에서 그 누구보다 똑똑한 배우이다.

어느 헐리웃 기자가 밝힌 일화가 있다.

어느 영화 촬영 중 한 장면에 지나치게 많은 대사를 읽어야하는 대본에서,

그녀는 감독에게 ‘이 장면에서 이렇게 많은 대사는 필요 없다, 표정으로 대신하겠다.’ 라고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갸우뚱했던 감독도 결국 그녀의 연기에 만족을 하게 되며

수십 줄의 대사를 표정으로 모두 소화하는 그녀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배우는 대본보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하고 촬영보다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는 연기 원칙은 그녀에게서 발견된다.

이 영화에서도 그녀의 연기는 놀랄 만큼 뛰어나다.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는 어느 여자와 남자의 오래고도 질긴 사랑을 이야기한다.

한 때는 한여름 낮열같던 뜨거운 사랑이 인간에 대한 연민과 이해로 커지면서,

마지막에 관객은 그들의 이야기에 숨죽여 울 수밖에 없게 된다.

 물론 영화가 지루하거나 이해되지 않는다는 관객 평도 있지만,

나는 좋아하는 영화 리스트에 주저하지 않고 이 영화를 넣게 되었다.

끝내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의 단상과

인간 깊은 곳에 숨어있는 열등감에 대한 이야기.